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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장. 여행의 역사/1. 유럽

[01-01] 1. 고대의 여행

by T스토리안 202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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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고대는 5세기경 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의 시대를 지칭한다. 고대 유럽 지역에서의 여행은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대의 여행은 주로 전쟁, 외교, 건설, 무역을 위한 목적있으며, 개인적인 여행은 제한된 계층에서만 가능했다. 개인들은 주로 종교 유적지 방문, 올림픽과 같은 축제, 건강 관련 이유 등으로 여행했다. 당시의 여행은 약탈자의 위협, 잘 정비된 도로의 부족, 안정적인 운송 수단의 미비 등으로 인해 매우 힘든 과정이었고 많은 비용이 소모되었다. 따라서 여행은 치안이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도로와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가능했다. 여기에서는 대표적으로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의 연합으로 구성된 그리스는 공용어를 사용했고 화폐제도가 발달되어 폴리스 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그리스는 지중해의 대표적인 무역 허브로서 주변 국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다.

그리스는 기원전 9세기 경부터 4세기 말까지 1,000년 이상 올림피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올림픽은 4년을 주기로 개최되었으며, 이 시기에는 그리스 지역에서 모든 전쟁을 휴전하고 선수와 관계자들이 올림피아로 이동했다. 또한 다양한 신들을 경배하는 축제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도시 간을 이동하였다. 올림픽과 각종 축제들이 개최됨에 따라 인력의 대량 이동이 나타났고,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발달하였다.

그리스는 종교적 목적으로 신전을 참배했으며 폴리스들은 중요한 의사 결정에 앞서 신전에서 신탁을 받는 전통도 있었다. 여러 신전에서 신탁이 이루어졌지만 델포이의 아폴론신전의 신탁이 가장 영험하다고 믿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포이를 세상의 중심으로 믿었으며 옴파로스(그리스의 배꼽)를 설치하고 신성시하였다. 다른 신전들과 마찬가지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주위에는 신탁을 받으러 온 여행자를 위해 숙박, 체육, 공연, 휴식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아폴론신전과 원형 극장(그리스 델포이)
© David Monniaux

귀족들이나 부유한 상인들에게는 요양 목적의 관광이 보편적이었고 이들을 위한 관광 안내 및 상담 등의 관련 서비스들도 이루어졌다. 휴양지에는 병원과 온천, 그리고 극장이 함께 건설되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목욕치료
© Wellcome Collection

알렉산드대왕이 동방을 점령한 이후 헬레니즘 여행자들은 이집트, 페르시아, 바빌로니아 문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나라의 랜드마크와 경이로움에 감명 받은 여행자들은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특히 감명깊은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여러 작품들에 남겼는데, 이들 목록은 현대의 가이드북이나 추천 여행지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의 일곱가지 경이로움으로, 7개의 대표적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것은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 하나뿐이다. 여행지 목록을 제시하는 이러한 전통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 여행자들이 선정한 7개의 경이로운 건축물 상상도
© Wikimedia Commons

* 위 왼편부터 : 기자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아르테미스 신전, 올림피아의 제우스 동상, 할리카르나소스의 영묘, 로도스의 거상, 로도스의 등대

 

2) 로마

로마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종교, 체육, 요양, 그리고 상업적 목적의 여행과 함께, 식도락, 출장, 교육, 오락 등 다양한 목적의 여행도 발달하였다. 로마는 내륙과 해상 등 제국 전반에 걸쳐 교통망이 정비되어 있었고 숙박시설 등 여행자를 위한 기반 서비스들도 비교적 잘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기본적인 법률이 마련되어 있었고 치안 유지에도 노력하였으므로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개인적 여행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귀족과 부유층, 관료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이탈리아 타오르미나)
© CHMunro

로마의 황제는 제국과 황제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많은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다양한 곳을 방문하였다. 대표적으로 하드리아누스황제는 로마 제국의 대부분을 여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방문하는 곳곳에 개선문과 도서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건축물을 남겼다.

하드리아누스 개선문(그리스 아테네)와 하드리아누스문(튀르키예 안탈랴)
© Palickap  / © Ingo Mehling

스텐포드대학에서 개발한 로마시대 여행지도인 ORBIS에 의하면 로마는 85,000km에 달하는 도로를 갖추고 있었으며 지중해와 북해에는 해상수송망을 정비하고 있었다. 따라서 고대 로마인들은 현재를 기준으로 서유럽과 동유럽, 이집트, 소아시아 지역,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당시 여행자들이 애용한 교통수단은 네마리의 노새가 끄는 네개의 바퀴가 달린 수레(raeda)였다. 부유한 사람들은 두마리의 황소가 끄는 네개의 바퀴가 달린 수레(plaustrum)를 이용했는데, 폐쇠형 구조로 현대의 캠핑카와 같이 내부에 침대를 구비하기도 했다. 로마는 도로가 정비되어 있었음에도 이들 수레들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하루 15km~25km 정도였으며 ORBIS를 통해 계산해보면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6일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고대 로마의 여행자용 수레(복원품)
© Triggerhappy

서로마 제국의 붕괴 이후에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발달한 여행의 형태는 점차 줄어들고 종교적 목적의 순례 여행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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