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2장. 여행의 유형/2. 여행 관련 주요 용어

[02-02] 1. 여행과 관광(우리말)

by T스토리안 2024. 4. 22.
반응형

21세기에 들어 자신을 성찰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는 개인의 주체성이 강조되는 형태의 자유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여행과 관광을 용어상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는 사례는 문학 작품이나 여행기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자기성찰적인 면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으며 일상 생활에서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영어의 경우도 한글과 마찬가지로 두 용어를 구분하거나 혼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여행객, 관광객, 여행자 등의 용어도 일상에서는 구분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여행보다는 관광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관광(觀光) 을 직역하면 ‘빛나는 것을 본다’는 의미이며, 사전적 정의는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다. 따라서 관광은 다른 나라나 지역의 우수한 것, 놀라운 것, 새로운 것 등을 잘 살펴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관(觀)이라는 글자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뛰어넘어 의미를 파악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따라서 관광은 새로운 것을 잘 살펴보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곳이나 다른 국가를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해당 지역이나 국가의 우수한 것, 놀라운 것, 새로운 것 등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전통적으로 관광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이라는 용어는 신라시대 최치원의 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에서 최초로 발견되며, 고려사, 조선 왕조 실록 등 다양한 문헌에서 관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한말과 대한제국 시기의 언론에서도 관광이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였다. 관광과 유사한 의미의 용어로는 유람(遊覽), 유산(遊山), 연행(燕行), 일기(日記), 장유(壯遊), 해유(海遊) 등 매우 다양한데 새로운 것을 잘 살펴본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표암 강세황이 변산 이곳저곳을 그린 <부안유람도권> (출처 : 시사 IN)

여행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이동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 한자사전에 의하면 遊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斿(깃발 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斿자는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을 그린 㫃(나부낄 언)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것으로 ‘깃발’이라는 뜻이 있다. 또한 斿자에는 ‘놀다’라는 뜻도 있는데, 斿자가 마치 깃발 아래에서 어린아이가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가 노는 모습으로 그려진 斿자에 辶자를 결합한 遊자는 ‘길을 떠나 놀다’ 즉 ‘떠돌다’나 ‘여행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行(다닐 행)은 (돌아)다니다, 행하다, 관찰하다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여행은 이동하는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를 적용한다면 여행은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이동과 그렇지 않는 이동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관광 목적의 여행을 의미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여행과 관광이라는 용어는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는 경향이다.

한편, 현대에 들어와 여행을 관광과 구분하는 사례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은 구도적 관점, 사유적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며 자기 성찰적 여행기나 각종 문학 작품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면, 관광은 계획된 곳을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여행은 자신의 발견이 목적이다. 관광은 보는 것이고 여행은 무엇을 발견하는 것이다. 관광은 보고 방문할 것이 계획되어 있지만 여행은 명확한 계획이 없다. 관광은 3자로서 관찰하는 과정라면 여행은 현지 문화에 스며들는 과정이다. 한편,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관광이라는 단어에는 앞에서 살펴본 여행이라는 단어의 각종 의미도 포함하고 있었다. 따라서 두 단어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단어의 의미는 당대의 다양한 상황을 반영하여 해석되어야 하는데 저자가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판단한 결과, 관광은 여가나 즐거움, 학습 등을 위해 잘 설계된 일정에 따라 새로운 곳을 방문하여 새로운 것, 놀라운 것 등에 대해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여행은 비교적 자유로운 일정을 세우고(필요하면 일정 변경도 가능함) 현지 생활과 문화에 스며들어 새로운 장소와 문화를 탐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이 두 단어는 경계가 명확한 것이 아니고 일상 생활에서도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는 경향을 고려한다면, 단어의 구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 생활에서 두 단어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용어 사용 방식을 볼 때 관광이라는 용어보다는 여행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상적으로 패키지관광, 자유관광이라는 용어보다 패키지여행, 자유여행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두 단어를 구분한 위의 관점에서 본다면 패키지여행보다는 패키지관광이 더 타당한 용어라고 볼 수 있으며, 자유여행의 경우도 바쁜 일정에 따라 주요 명소 위주로 방문한다면 자유관광이 더 타당한 용어일 것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따라서 일상에서 두 단어를 사용할 때 여행은 관광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관광은 산업적 관점에서 여행을 제공하는 공급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반인들의 경우 관광과 여행을 혼용해서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여행객, 관광객, 여행자라는 용어도 일상 생활에서는 구분없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 단어에서 주목할 부분은 '객(客)'과 '자(者)'라고 판단된다. 객은 객체로서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는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주체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여행객이나 관광객이라는 용어는 이들을 관광상품과 서비스를 구매∙소비하는 경제 단위인 소비자로 보는 시각으로 관련 산업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경향이다. 여행이나 관광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주체를 강조할 경우 여행자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이다. 한편, 관광자라는 용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으나 그 의미는 '관광객의 북한어'로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용어를 정리해 보면 여행객이나 관광객은 잘 설계된 일정에 따라 바쁘게 새로운 곳을 이동하며 즐기는 사람을 의미하며 여행자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반응형